큐니(Qni) 인간을 그립니다. | 공모기획전


큐 니 ( Qni )

인간을 그립니다. 

2026.06.10 - 06.19



VIEW

061105c133c57.jpg

16a5ead3c015b.jpg

67814917cd663.jpg

b0810cc0f9737.jpg

772f1bdf3f665.jpg

318cff52a91c9.jpg

667ccf57a0787.jpg

edaa3a5bcdc2f.jpg

db3c989bcbb5a.jpg

4946eba645449.jpg


작가노트

저는 인간을 그립니다.

인간이 지닌 연약함과 불안, 모순과 왜곡, 그리고 그 파리한 단면들을 외면하지 않고 화면에 담고자 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의 내면에는 놀라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바로 자유의지입니다. 어느 날 섬광처럼 마음을 스치는 빛에 우리가 미세하게나마 반응할 때, 그 빛은 비로소 삶 속으로 스며들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저의 페르소나 ‘삐삐롱스’는 2007년, 퇴사 이후 방향을 잃었던 상실의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홍대 근처 카페들을 전전하며 매일 낙서하듯 그림을 그렸고, 밑그림 없이 하이테크 펜 하나로 무의식의 흐름을 단번에 옮겨 그렸습니다. 그림들에는 당시 제가 감내해야 했던 불안과 흔들림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습니다.

이후 결혼과 첫아이의 출산으로 찾아온 급격한 변화는 산후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이어져 저를 삶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그 시기를 버티게 한 것은 아이의 온기,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믿음, 그리고 살기 위해 매일 붙잡았던 붓이었습니다.

제게 그림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다시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생의 의지였습니다.

이 시기에 그린 작업이 ‘유하’ 연작입니다. 손바닥만 한 나무 패널에 딸의 얼굴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습니다.

칠흑같이 어둡고 무거운 마음에 비친 한 줄기 빛. 그 빛에 나를 전부 맡기며 저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후 둘째와 셋째가 태어났고, 2014년부터 2024년까지는 세 아이와 오롯이 버무려진,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제법 자란 지금, 내가 만난 것들, 경험한 것들, 그리고 내 안에 쌓인 보배로운 감각들을 다시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작업이 ‘폼폼이’ 시리즈입니다. 고전적인 의상과 표정 없는 얼굴, 다소 경직된 자세의 여인은 연약해 보이지만, 자신 안에 간직한 빛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애쓰고 있습니다. 삐삐롱스 역시 한결 어려지고, 밝고 따뜻한 온기를 띠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인간을 그립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넘어지는 유한한 존재이지만, 빛을 받아 반사하며 또 다른 누군가의 길이 될 수 있기에 더욱 아름답다고 믿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이 선명해지듯,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한 줄기 빛은 길이 됩니다.

제 그림이 누군가의 어두운 길목에 잠시 머무는 작은 빛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