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호(Shin, taeho) 구름을 수집하는 방법 | 공모기획전


신 태호 ( Shin, taeho )

구름을 수집하는 방법

2025.10.27 -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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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구름을 수집하는 방법


나는 오랫동안 구름을 수집해왔다. 물론, 유리병이나 표본 상자에 담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나의 수집 도구는 카메라와 얼마간의 인내심, 그리고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뿐이다. 

어떤 날은 어린 아이처럼 나무 뒤에 숨는 수줍은 구름을, 또 어떤 날은 세찬 바람 사이로 흐르는 거대한 구름의 행렬을 담았다.


사람들은 왜 하필 구름이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해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만다. 이유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어느 날 오후,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무와 그 위를 부단히 떠도는 구름의 무심한 관계가 내 마음을 붙들었을 뿐이다. 나무는 땅에 뿌리내린 현실 그 자체이고, 구름은 손에 잡히지 않는 기억이나 꿈과 같다. 나는 그 둘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경계선에 서서, 현실과 비현실이 아주 잠시 겹쳐지는 찰

나의 순간들을 조용히 수집해왔다.


나의 사진 속에서 때때로 주인공은 나무가 된다. 육중한 실루엣을 드러낸 나무의 형태에 집중하다 보면, 구름은 마치 희미하게 지워진 배경음악처럼 한쪽 구석에서 희미한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다. 하지만 그 작은 존재감이 없다면, 나무의 고독은 완성되지 않는다. 초원의 마른 나뭇가지 사이로 조각난 하늘과 그 하늘을 채우는 이름 없는 구름들. 그것들은 풍경의 마침표이자, 동시에 새로운 문장을 시작하게 만드는 쉼표이기도 하다.


이곳에 걸린 사진들은 나의 서투른 수집품 목록이다. 완벽하게 박제되지도, 영원히 소유할 수도 없는 것들. 그저 ‘그때, 그곳에, 그런 구름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소박한 증언이다. 이 증언들 앞에서 당신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당신의 하늘에 떠 있던 어떤 구름의 조각을 문득 기억해낼 수 있다면, 나의 수집은 제법 괜찮은 일이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부디, 당신만의 구름 하나를 조용히 마음에 담아 가시길.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사라질 모든 것에 안부를 묻던 여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