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가 In a delirium… | 공모기획전


벨루가(Beluga)

In a delirium…

2024.06.05 -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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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어떤 영화 속에서 이 단어를 우연히 보았을 때

단어의 의미가 와 닿기도 전에 형태에 매혹되었다. 

한 단어 안에 두개의 i, l과 r이 들어있는 단어의 조합, 델리리움…

낯선 행성의 이름과도 같은 발음.

delirium (섬망(譫妄))의 사전적 의미는 질병이나 약물로 인해 외부세계에 대한 의식이 흐려지고  착각과 망상을 일으키며 환청과 환시를 보기도 하는 급성 기질성 뇌 증후군이라고 한다.

생경한 단어의 형태와 의미는 선형적 시간과 공간에서 잠시 미끄러지는 

이상한 순간의 감각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쩌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유령이 되었나?’


In a delirium(delirium:섬망譫妄)은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시간과 공간의 낯설고  불안정한 측면을 채록하 듯 흑백필름으로 촬영한 스냅시리즈다.

그렇게 담아낸 이미지는 어둡고 기묘한, 우울하고 한편으론 불안한 다층적 감정을 담고 있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대상, 혹은 순간에 대한 의식과 무의식이 만나는 침묵의 지점이다.

그렇게 마주하는 순간은 간혹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데 마치 내가 이전에 이 장면을 ‘보았다’거나

‘존재 했었다’는 느낌 이기도 하고 소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한 기시감 중에서 날카롭게 나를 건드리는 이상한 감각에 집중해 보았다.

대상과 내가 함께 여기에 있으나 사라지는 어떤 순간의 이미지를 촬영으로, 그리고 흑백 프린트 작업으로 구현해내고자 했다

삶과 죽음의 간극이 슬며시 벌어지는 순간, 적어도 나는 살아있는 유령이었고 이미지들로부터 어떤 생명력을 부여 받았다고 생각한다.  

뿌리 없이 살아갈 수 있게 진화된 식물처럼…


순간의 죽음과도 같은 시간의 텅 빈 공간 속을 유령처럼 떠돌며

기록한 내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