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재 웅 ( HONG SUNG DUCK )
여백의 이동
2023.07.19 - 07.28
HNH 갤러리 선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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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닥종이를 섞은 흙판에 반복하여 점을 찍는다. 붓을 적당히 기울이고 힘을 주어 찍은 뒤 서서히 내리고 끝에서 짧게 올린다. 이렇게 반복을 하다보면 어느 시점에 멍을 때리게 된다. 잠깐이지만 생각이 사라지고 점차 평온해진다. 점으로 면을 채우면서 비움을 경험하는 것. 도판들은 ‘있음’과 ‘없음’의 관계에 대한 작업이다.
그릇은 가운데 아무것도 없기에 쓸모가 있게 된다. 잔에 차를 따라 마시는 즐거움과 빈 화면에 점을 채워 허허해지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근래에 들어 무한정 생산되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감당하기에 벅차다. 가득찬 그릇에는 담을 수 있는 게 없다. 무의미한 점들이 함의를 지니고 돌아온다.
산수화의 여백은 그려진 대상의 근거다. 작업은 이러한 구성의 관계를 치환하면서 뒤바뀌는 인식의 초점을 간결하게 만들고자 했다. 의도는 불속의 유약으로 인해 도드라지거나 희미해진다. 점들이 면을 덮거나 면이 점들을 덮는다. 하지만 무엇이 먼저 보이던지 응시를 통해 순서는 다시 뒤바뀐다.
유 재 웅 ( HONG SUNG DUCK )
여백의 이동
2023.07.19 - 07.28
HNH 갤러리 선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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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노트
닥종이를 섞은 흙판에 반복하여 점을 찍는다. 붓을 적당히 기울이고 힘을 주어 찍은 뒤 서서히 내리고 끝에서 짧게 올린다. 이렇게 반복을 하다보면 어느 시점에 멍을 때리게 된다. 잠깐이지만 생각이 사라지고 점차 평온해진다. 점으로 면을 채우면서 비움을 경험하는 것. 도판들은 ‘있음’과 ‘없음’의 관계에 대한 작업이다.
그릇은 가운데 아무것도 없기에 쓸모가 있게 된다. 잔에 차를 따라 마시는 즐거움과 빈 화면에 점을 채워 허허해지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근래에 들어 무한정 생산되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감당하기에 벅차다. 가득찬 그릇에는 담을 수 있는 게 없다. 무의미한 점들이 함의를 지니고 돌아온다.
산수화의 여백은 그려진 대상의 근거다. 작업은 이러한 구성의 관계를 치환하면서 뒤바뀌는 인식의 초점을 간결하게 만들고자 했다. 의도는 불속의 유약으로 인해 도드라지거나 희미해진다. 점들이 면을 덮거나 면이 점들을 덮는다. 하지만 무엇이 먼저 보이던지 응시를 통해 순서는 다시 뒤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