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욱 People in the air : 공모 기획전


박 선 욱 (PARK seonwook)

People in the air

2023.06.14 - 06.23

HNH 갤러리 선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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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떨어지고 있다. 나는 모래가 통과하는 바로 그 지점에 서있다. 떨어져 쌓여 있는 모래알들은 내가 이미 만나온 인연들이고,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모래알들은 내가 언젠가 만나갈 인연들이다. 이와 같은 의미를 담아, ’모래알 같이 많은’이라는 표현과 ‘모래 시계의 시간성’을 결합한 설치 작업을 했었다. 색종이(색 한지)를 임의적, 즉흥적으로 사람 모양으로 자른 후, 풀로 그것들을 이어 붙여 모래시계 형상을 만들었다. 서로 다른 형과 색은 다양한 사람들의 속성을, 겹쳐진 형태는 다양한 관계의 모습을 비유한다. 요즘은 그 모래시계 안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물감과 다양한 재료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은 드로잉(크로키)으로부터 시작된다. 우선 물감을 가지고 색종이 같은 사람들을 그려 낸다. 드로잉을 물감으로 전환시키는 1차 작업이 완료되면, 그 물감을 평면에서 떼어내는 2차 작업을 진행한다. (떼어낸 물감 껍질에는 배경재료가 붙어 있지 않다. 나이프가 지나간 자리, 붓질의 흔적이 오로지 물감의 물성 만이 남아 있다.) 나는 이 분리 과정을 지난 설치 작업에서 가위로 종이를 오려 낸 ‘컷 아웃'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한다. 이 과정이 없다면 작업은 평면 회화로써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면으로부터 분리된, '물감-색종이-사람' 한 장, 혹은 여러 장을 가지고, 다른 평면에 배치한다든지, 조 각처럼 세운다든지, 모빌처럼 매달아서 공중에 설치한다든지 하는 작업의 확장을 위해, 이것-’컷 아웃’- 은 내 작업에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과정이다. 



처음의 설치 작업을 했을 때,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인연들에 대하여 아름답게 여기는 마음을 가졌었다. 사는 동안 인간 관계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냉소적인 마음이 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 난 후인 지금, 관계에 대해 낙관적이었던 그 때의 감정을 회복하여,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아름다운 부분을 다시 아름답고 다양한 색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